외할머니

이제서야 (외)할머니 산소에 들렀습니다. 작년 (2021) 어느날 그냥 문득 어머니께 전화을 드리고 싶어서 영상전화를 드렸는데 황급히 걸어가시면서 조금 있다가 전화하겠다며 끊으셨습니다. 글쎄요. 조금 싸한 느낌이 들었는데 곧 어머니께서 다시 전화를 걸으셨고 병원 1층에서 휠체어를 타고 입원하시는 할머니와 아주 짧은 통화를 했습니다. 어째 마음이 무거워서 오히려 통화를 제대로 못 했는데, 그 통화가 할머니와의 마지막 통화였네요.

언제나 호탕하시고 유쾌하셨던 할머니께서는 한결 같이 저와 통화를 하시면 꼭 두 가지 얘기를 하셨습니다. 하나는 제가 어릴 때 어찌나 서럽게 쉬지 않고 밤낮으로 울었다는 것이었습니다. 저야 애기 때니 기억은 안 나지만 얼마나 울어댔길래 다른 최근 기억은 세월에 잊혀지면서도 이 이야기는 안 잊혀졌던 것 일까요. 이제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되신 외삼촌 외숙모들도 저만 보면 얘는 어릴때 그리 울었다고 하시는것 보면 참 많이 울긴 했나봅니다.

또 다른 이야기는 이렇게 울어대던 와중 한 장면입니다. 제가 드디어 스스로 걷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할머니께서 문을 열고 마당에서 걷게 놔두어 보셨답니다. 어째 느낌으론 하늘이 파아란 좋은 날씨 아니었을까 생각되는데, 제가 천천히 걸으며 하늘도 보고 땅도 보면서 뭔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쉬지 않고 중얼중얼 댔다고 하셨습니다. 할머니 느낌에는 아 세상이 참 신기하구나, 이것도 신기하고 저것도 신기하구나, 라고 하는것 같았습니다. 저야 당연히 간난아기 때니 기억 안 나지만 이 얘기를 들을때마다 저도 뭐를 그리 중얼 댔을까 궁금합니다.

수십번도 더 들은 이야기들인데, 아직도 할머니께서 들려주시면 또 듣고 싶네요 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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